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어릴 때는 관심에 목말랐다. 그 갈급함이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나이가 드니 어느새 그런 욕망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지금은 가정과 마음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한 열망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딱히 다를 것도 없어졌다. 강한 비전을 품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나도 평범해진 걸까, 아니면 아직 새로운 내면의 동기를 찾지 못한 걸까.

올해는 그런 동기를 끝내 찾지 못했다. 찾아보려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내년에는 나를 휘몰아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만나보고 싶다.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덜 후회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나는 결국 후회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후회를 감수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후회라는 감정을 마주할 것이다. 어떤 후회가 그나마 덜 마음 아플지를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다. 후회가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다. 후회를 통해 지난 선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후회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후회라는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다스리는 법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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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웹게임 개발을 위한 사업자 등록에서 심의까지

올해 4월, 한동안 개발해 왔던 웹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리고 이번 주, 게임제작업 허가증을 반납하기 위해 구청에 다녀왔다. 관련 문서를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등록부터 심의까지 겪었던 과정이 정리되어 있었고,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누군가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유한다.

1인 인디 웹 게임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실제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심의까지 받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본인이 진행했던 당시 기준으로,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진행 전 반드시 최신 정보를 다시 확인하길 권한다.

1단계: 사업자등록 및 비상주사무실 등록

개인사업자 등록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업자 주소다. 실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주소지만 임대하는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다. 1년 단위로 임대하고 우편 수신 및 한정된 시간의 회의실 사용을 제공해주는 곳을 골랐다. 

사무실을 선택할 때 한 가지 더 체크할 점은 과밀억제권역 여부다.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서 창업하는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가 감면되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 거주지와 주소지가 지나치게 다를 경우 세무조사 등의 리스크가 있어,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기로 했다. 대략 1년에 2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

비상주사무실 계약 후에는 사업자 등록을 하면 된다. 게임 개발의 경우 간이과세자가 불가능하므로 일반과세자로 등록하여야 한다. 청년창업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해 보면 좋다. 참고1 참고2 참고3

사업자등록은 홈택스로 진행할 수 있고, 사업자 등록 시 업종은 아래와 같이 추가하였다.

  • 주업종: 722001 - 온라인게임소프트웨어개발및공급업
  • 부업종: 525101 - 전자상거래소매업, 722005 -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

창업기업 확인시스템에 등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공공 조달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굳이 등록할 필요는 없다. 참고1 참고2

또한, 다양한 창업지원사업이 진행중이므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요건을 잘 맞추면 사업 초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단계: 사업자 명의 통장 개설

개인사업자는 카카오뱅크에서 간단히 개설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용 체크카드까지 함께 발급해 두면 추후 비용 처리할 때 편리하다. 참고

3단계: 통신판매업, 게임제작업 신고

온라인 결제를 받기 위해 구청에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 구매안전서비스 비적용 대상 확인서를 발급받아 신고 시 같이 제출한다. 디지털 상품은 에스크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제작업 역시 구청에서 접수한다. 게임 제작업을 등록하지 않고 게임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도 많다는 카더라가 있다. 그러나 게임 심의를 받기 위해서 게임 제작업 등록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려면 게임 제작업 등록은 사실상 필수이다. 비상주사무실을 등록할 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얻을 수 있고, 제작시설 및 장비 명세서는 적당히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작성하면 된다. 참고1 참고2

게임제작업과 통신판매업은 매년 1월에 등록면허세가 발생한다. 비용은 서울 기준 약 4만원 정도. 통신판매업의 경우 거래횟수가 연간 50회 미만이거나 간이과세자면 면제를 받을 수 있다. 4분기에 제작업을 등록하면 그 다음해에 또 면허세를 내야하니 불리하다.

4단계: 게임 심의받기

게임 심의를 할 수 있는 기관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와 게임물관리위원회(GRAC)가 있다. 원래는 GRAC에서 모든 심의를 담당하다가, 2014년에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및 아케이드 게임은 GRAC에서, 그 외의 게임물은 GCRB로 민간 이양되었다. 그래서 GCRB에 신청을 하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의 경우 50% 심의비용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이 서류를 심의 신청하기 전에 먼저 홈페이지에서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 심의를 신청하고 감면 서류를 제출하면 적용이 안 되니 주의. 참고로 홈페이지는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이 필요하므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는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식탁보를 사용하여 가상 환경에서 심의를 신청하였다.

웹게임의 경우 오픈마켓이냐, 아니면 PC 온라인게임이냐에 따라 심의비가 대략 10배 차이가 난다. 처음 GCRB에서는 원론적으로 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PC 온라인게임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이 경우 PC 온라인게임, 네트워크, 1군, 한글 기준 50% 감면받아 심의비용은 118만원.

게임 용량은 클라이언트 빌드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next build로 만들어진 빌드를 압축하여 해당 용량으로 계산하였다.

필요한 서류는 아래와 같다.

  1. 이용가능계정 준비: 초보자 / 중급자 / 상급자 기준에 따라 더미 캐릭터를 만들고, 해당 캐릭터의 접속에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입한다. 해당 계정으로 담당자가 로그인을 상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심의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심의가 끝나도 계정은 남아있어야 한다.
  2. 게임물내용설명서: 게임의 주요 줄거리(시나리오) 요약, 주요 캐릭터, 주요 아이템 등에 대한 설명(아이템 리스트 및 아이템 조합시스템 포함), 게임조작방법, 전투장면 등 주요 게임진행장면의 설명 및 스크린샷, 대사집(스크립트 파일), 단축키(Hotkey), 점수획득방법에 관한 내용 등이 상세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이 내용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고 하나, 사실상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해서만 공개되는걸로 보인다. 또한 비공게 게임물 내용설명서를 통해서 민감한 사항은 별도로 전달할 수도 있다.
  3. 실행 가능한 게임물: 관련 프로그램 빌드 파일을 첨부하면 되는데, 웹게임이라 그냥 빌드 압축해서 넣었다. 실제 접속은 웹으로 하였다.
  4. 게임물의 주요 진행과정을 촬영한 동영상: 30분 내외의 분량으로 게임의 주요 내용을 스크린 캡쳐하여 보냈다. 특히 폭력적 표현, 이용자간 대결 등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포함하지 않으면 보완요청이 온다.
  5. 게임물제작업등록증 또는 게임물배급업등록증
  6. 심의 수수료 무통장 입금증 사본: 신용카드로도 결제 가능하다.
  7. 초상권 및 라이선스 관련 서류

작성은 초안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니 틈틈히 저장해두면 좋다. 

5단계: 게임 심의 보완요청 대응

여튼 처음에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GCRB를 통해서 심의를 넣었는데, 담당자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았다. 게임 내 거래소 시스템을 문제 삼고 넘어진 것이다. 유료 재화로 이용할 수 있는 거래소는 청소년이용불가 요소에 해당되니 GCRB가 아닌 GRAC에 심의를 받는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아마도 심의가 거부될 것이고 그러면 심의 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담당자는 우리 게임 내의 시스템이 리니지M 같이 다이아로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게임의 기획은 게임 내 획득할 수 있는 골드를 이용하여 사용자들이 유료로 결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조금이라도 거래 시스템에 유료 재화가 연관될 가능성이 있으니 청불이 맞다는 논리다. 우리 게임은 유료 재화가 아닌 유료 아이템의 거래였고, 이게 유료 재화(다이아)와 같은 것인지? 상당히 융퉁성이 없다고 느꼈다.

다만 실제 심의에 들어가기 전에는 심의비용을 100% 환불받을 수 있어서, 이 점을 미리 알려주신 것은 고마웠다. GCRB의 심의를 취소한 다음 다시 GRAC에 심의를 넣었고, 거래소 시스템이 없으면 간소화 제도를 통하여 자체심의도 가능했지만 결국 일반 심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심의 비용이 너무 비싼것 같아서, GRAC에서 심의할 때는 웹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점을 어필하였다. 결국 오픈마켓(기타)로 심의를 진행하였고, PC게임 대비 약 10% 정도의 가격에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 심의 제도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게임사에서 심의요청 서류와 함께 영상을 제출하면, 매주(또는 격주)마다 게임심의위원회가 열리고, 높으신 분들 여럿이 앉아 그동안 들어온 신청 내역을 쭉 돌려보면서 다과와 함께 2시간 정도 심의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 분들의 심의 포맷은 사실상 정형화되어 있고(연구원이 게임 개요 설명→등급에 영향가는 요소 확인→등급 논의→등급결정), 여기에 최대한 짜맞추기 위해 담당 심사관과 게임사가 실무적으로 소통하게 되는데, 심의 과정에서 최대한 ‘기존 심의가 이루어진 레퍼런스’에 우리 게임의 시스템을 최대한 어거지로 가져다 맞추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들에게 있어 웹게임은 10년 전 한창 유행하였던 중국 등지에서 개발된 방치형 게임들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다이아, 보화 등의 재화를 이용하는 뭐 그런 수준이었다. 웹게임의 기획과 컨셉이 그런 게임들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심의를 최대한 앞당겨서 편하게 받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들과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심의 요청을 넣고, 보완요청을 받아 대응하고 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지지부진하였고, 언제 통과가 될 지 모르는 연옥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라 최대한 빠르게 여기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특히 웹게임의 경우 NFT 등의 사태로 꽤 홍역을 치룬 모양이었다. 그래서 ‘환금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보완요청으로 나를 괴롭혔는데, 만약 이 게임에서 그런 요소가 생기면 내가 민형사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는 일종의 각서(?)까지 작성하고 나서야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청소년이용불가로 판정을 받았다.

6단계: 결제대행 및 본인인증 서비스 신청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결제를 받기 위해서 결제대행 서비스가 필요하고, 또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이 되면 본인인증도 받아야 한다. 우선 본인인증의 경우 대부분 다날 휴대폰 인증을 도입하는데, 비용이 제법 든다. 토스에서도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인의 경우 포트원을 이용하여 결제대행 서비스를 도입하였고, 사용료는 처음에 선납으로 일부 입금 후, 결제 건당 차감되는 방식으로, 선납한 비용을 모두 소진하게 되면 다시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결제대행은 페이플을 사용하였다. 김대표님과 이전부터 오랜 기간동안 거래하였고, 다소 투박한 감이 있지만 같은 스타트업으로서 굉장히 초기 기업의 편의를 많이 봐주시고 이해해주시는 곳이다. 페이플을 이용하여 단건 결제 뿐 아니라 정기결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결제대행을 받기 위해서는 하단에 사업자 정보 표시, 결제 플로우에 대한 설명 자료가 필요하고, 데모로 담당자가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특정 아이디에만 결제 UI를 띄우는 방식으로 사전 심사에 대응할 수 있다.

7단계: 게임물 수정신고

원칙적으로 게임을 패치할때마다 GRAC에 수정신고를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이 바뀌었는지, 변경된 내용 중 다시 재심의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물론 수정신고 전에 담당자와 실무 통화를 통해 이러한 내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를 상담받을수도 있다. 어쨌거나 빠른 패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수정신고는 1인 개발자에게는 꽤 부담이었다. 사전에 게임물 수정신고를 받고, 문제가 없으면 패치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사후 신고도 릴리즈 후 24시간 이내에는 가능하다고 한다.

마치며

1인 개발자가 게임 서비스를 정식으로 런칭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게임 심의 과정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으니, 이 점을 감안하여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청불/아케이드가 아닌 게임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와 같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심의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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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부채

여기서 일컫는 ‘성장부채’란, 직원의 성장을 위해 회사가 선제적으로 부담한 비용·시간·복잡성이,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위험을 증가시키는 상황을 말한다. 직원의 성장이라는 ‘미래 가치’가 실현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온전히 회사의 부채로 남게 된다.

2020년 초, 스타트업에 유동성이 넘치고 개발자 시장이 과열되던 시기, 많은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빠졌던 함정이 있었다. 바로 ‘개발자의 성장’이라는 명분이다.

많은 회사들이 우수한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위해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은 물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해왔다.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한다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직원만 성장하고 회사는 성장하지 못한 채 비용만 떠안고 결국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단일 베어메탈 서버로도 충분한 서비스임에도 굳이 복잡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쿠버네티스, 마이크로서비스, GraphQL 등을 도입하거나, 실무적으로 필요 없는 기술을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적용하는 일이 흔했다. 이렇게 늘어난 인프라의 복잡성은 퇴사 후 유지보수 부담으로 이어져,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자본을 투입해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주주에게 분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좋은 개발자’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어긋나있었다. 다양한 언어와 프레임워크 경험, 미세한 성능 개선, 그리고 기술적 완성도만을 강조하기보다, 자신의 기여가 실제로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에 두었어야 했다.

그동안 수많은 경영진이 직원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성과는 돌아오지 않았다. 값비싼 교훈이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AI 코딩 어시스턴트의 발전으로 인력 효율은 개선되었지만, 오버엔지니어링을 비롯하여 인프라에 과잉 투자하는 비효율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반대로,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조직들은 인력 구성과 인프라 모두 ‘제로 베이스’에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단순하고 최소한의 기술 스택으로 시작하여, 실제 유저가 원하는 가치를 더 빠르게 검증한 뒤에만 확장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MVP를 지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후에도 기술적 결정의 근거에는 ‘지금 정말 필요한지’를 기준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회사를 무너뜨리는 것은 기술부채보다 성장부채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낡고 부채가 쌓이지만, 그것만으로 회사가 쉽게 망하지는 않는다. 반면 성장부채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속도를 느리게 만들며, 회사의 에너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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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분노

Hacker News 읽다가 생각해 볼 점이 많아서 가져온 글.

슬랙이 비영리 단체에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였고, CEO가 이를 실수라고 사과하며 요금 청구를 취소하였다. 상황이 수습된 이후에도 회사에 쏟아지는 비난에, 운영자는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았다.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5293388

As long as I'm going on about this I want to repeat what I said in the cousin comment (https://news.ycombinator.com/item?id=45293388): the distinctive quality of internet indignation is unprocessed, opportunistic rage: unprocessed because it is pre-existing in a person (<-- and we all have this) for whatever original reasons that haven't been metabolized yet; opportunistic because it waits for justifiable occasions to lash out, and then lashes out with vengeance. This is not a great way to handle one's rage—it's a recipe for repetition instead of growth. How do I know that? I know it by self-observation, and I believe that anyone who wants to can know it by self-observation.

It's particularly important to know this in a group context. When a group joins together to vent rage—because an occasion justifies it, even though the driver in each person may be very different—that's when a group turns into a mob. This happens easily because it happens without awareness and no one intends it. This is when we become our ugliest, so we should pay attention to signs of it in ourselves and in our groups, and learn to respond differently. Not easy, of course, but a good use to put an internet forum to!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1.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특징은 가공되지 않은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이다.
  2. 분노는 우리 내부에 이미 존재하며, 정당화될 상황이 오면 복수심에 불타며 분출된다.
  3. 이는 분노를 다루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성장이 아닌 반복을 초래하는 방식이다.
  4. 특히 집단적 맥락에서 이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집단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모일 때 - 각자의 동기는 다를 수 있지만 계기가 정당화하기 때문에 - 그들은 폭도로 변한다.
  6. 이는 어떠한 인식 없이,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채 쉽게 발생한다.
  7. 이때 우리의 가장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므로, 자신과 집단 내에서 이런 징후를 주의 깊게 살피고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단 하나의 기사나 트윗이 수천 명의 억눌린 좌절감을 배출하는 밸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끝없는 ‘기회’(새로운 논란)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순환은 스스로 지속되며, 사람들은 화낼 대상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분노가 과시적 행위가 될 때, 사람들은 종종 주목이나 소속감을 위해 분노를 과장한다. 외부인은 '적'이 되고, 내부인은 순수함으로 보상받으며, 반대 의견은 처벌받는다.

이 지점에서 공동체는 르네 지라르가 희생양 메커니즘이라 부른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희생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군중에 합류하여 분노를 표현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이 감정이 실제보다 과도한 것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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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나와서 성공하는 방법


학부 후배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 메일을 받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CS 나와서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봉고차에 자바 두 명 타요 짤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던 때였다. 그렇게 선호되는 학과가 아니었는데, 졸업하고 보니 CS는 매우 선호하는 인기 학과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CS에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막연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사례들만 모아봐서 확증편향일 수도 있지만, CS 전공이신 분들이 성공했던 방법들을 관찰하면 이렇다:

  • 대학 다닐 때 모의 시간표 서비스를 만들었었다(에브리타임 같은 서비스다). 10년 전에 대학마다 비슷한 서비스들을 만들었던 분들을 따라가 보면 대부분 잘 되어 있다.
  • PS를 꾸준히 그리고 잘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당시에 우리 대학에는 그런 동아리가 없어져서 내가 직접 만들어 함께 공부했었는데, 나는 비록 리저널 참가상에 그쳤지만, 월파에 나가셨거나 리저널에서 상위권에 입상하신 분들은 무수히 많은 회사에서 스카우트를 받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만들어 수천억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음지의 영역이지만, 게임 핵 제작이나 프리서버를 만들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깊게 파신 분들도 톱이 되어 있다. 이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서 역시나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좋아해야 하고 이걸로 할 수 있는 익숙하고 인접한 분야들을 꼽자면 웹 개발, PS, 그리고 게임 관련된 영역인 것 같다. 여기서 찍먹해 보고 끝내는 게 아니고, 정말 더 깊게 파서 뭐라도 결과를 만들어 낸 분들이 10년 지나고 보니 대부분 잘 되어 있었다.

이런 사례들에서 공통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점은 성공을 위해서는 인정욕구와 집요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태어나면서 서로 비슷한 에너지의 총량을 가지고 있다고 치면, 이걸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떤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마주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정받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선순환되고 강화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굉장한 몰입과 자극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다른 산업과 달리 유통하는 데 별다른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이다. 나는 최대한 어린 나이에 하루라도 빨리 본인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 플랫폼이 무엇이든 간에 -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강화하는 경험을 해 보기를 강력히 권장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내공이 깊게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물 밖으로 나와보니 느끼는 건, 생각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수님의 커리큘럼에 맞춰 공부만 하다 보면 스스로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금이라도 일찍, 남들과는 달리 생각하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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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한계

사업을 구상할 때, 의외로 많은 창업자들이 비즈니스의 구조적인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이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의 본질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본질

회사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만드는지, 운영하는지보다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가 사업의 본질을 정의한다.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은 ‘무엇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전환될 수 없다면 이는 비즈니스라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수익 창출 계획이 구상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이 사업의 주요 매출원이 광고라면, 이 비즈니스의 본질은 광고 매체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얼마나 양질의 타겟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트래픽과 유효 클릭이 발생하는지이다.

커뮤니티에 붙는 다른 부차적인 기능들은 이 핵심 모델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창업자는 이 부차적인 기능들이 다른 서비스와의 차별화를 제공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한계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그다음으로는 이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업이 직면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공급 의존성 문제

많은 비즈니스는 특정 서비스나 거래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이렇게 외부 요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는 그들의 정책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퍼스트 파티가 서드파티의 기능을 흡수하여 서드파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경우
  • 알고리즘의 변경으로 노출 빈도가 줄어들게 되어 트래픽의 감소 등,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경우
  • 앱스토어 정책 변경으로 인앱 결제 수수료가 상승하여 이익이 감소하는 경우

유닛 이코노믹스 문제

단위당 비용이 수익보다 큰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비즈니스가 된다.

  • 고객 획득 비용이 평생 가치를 초과하는 경우: 많은 창업자는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고객 획득 비용을 통제하고 평생 가치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이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가격 협상력이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원가를 통제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클라우드/서버 비용은 어느 정도 다양한 대안이 있고 마이그레이션이 수월한 편이지만, 사용 중인 AI 모델의 비용은 아직 품질의 격차가 상당한 부분이 있어 통제하기가 어렵다.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진출하려는 산업 내 기존 카르텔이나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뚫고 성장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택시 산업, 금융권 규제,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산업에서 이러한 충돌은 필연적이다.

가치 인식 문제

이는 특히 중개 플랫폼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소비자는 공급자와의 연결만을 가치로 인식하여,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순하게 양쪽을 찾아주고, 거래를 보증해 주는 역할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서비스의 규모가 늘어나거나 고도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추가적인 수익 모델이 개발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처음 인식한 가치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사용자별로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음), 본질적인 가치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했다고 인식한다면, 결국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랫폼은 수수료 또는 추가 수익모델을 개발하기보다 GMV(거래 규모)를 늘리는 방식의 간접적인 접근을 시도하는데, 이를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집행하다 보면 큰 적자를 보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극복하기 위한 전략

구조적인 한계를 발견했다고 해서 구상한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어떠한 형태로든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초연결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한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한계를 인식하고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른 기회를 모색해 보아야 할 수도 있다.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 공급망 다변화: 단일 공급원이나 채널,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 수익 모델 다각화: 하나의 수익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면 사용자들이 제공받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수익 모델 다각화를 빠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개선할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 탈출 플랜 수립: 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대표 개인과 회사에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재무적인 리스크에 대한 대비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실패에 대한 관용이 낮은 환경일수록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더욱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금액의 투자를 받았지만, 이 자금을 공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신중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영위하는 비즈니스 구조상 인지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가 잘 되었을 때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인력 채용, 시설 투자에 대한 욕심이 생길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항상 비관적인 경우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보다 더욱 최악의 일은 항상 일어났고,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정리하게 되었지만, 그런대로 안전하게 사업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보수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봤음에도 내가 예상하지 못한 비용은 항상 발생했다. 하다못해 사무실을 정리하고 수억을 들여 만든 인테리어를 정리하는 데도 큰 비용이 필요했다. 이 경험은 다음 사업을 할 때 반드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 안에서만 운영해야겠다는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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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독성 문화

나도 여기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어 조심스럽지만, 이전에 비해 인터넷이 너무나 유독해졌음을 느낀다.

내가 처음 인터넷을 접했을 때는 이 공간이 생경했고, 모두가 화면 너머에 실제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자정작용이 있었다. 규범이 있었고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 위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균열이 생긴 첫 번째 요인은 익명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익명 커뮤니티가 '솔직함'을 무기로 하고 의견 개진에 부담을 줄인 점이 매력이 되어 급속히 성장했다. 그리고 페이지랭크를 등에 업고 구글 등의 검색엔진을 통한 SEO로 커뮤니티에는 더욱 큰 가치가 생겨 지금도 한국 인터넷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 요인은 파편화와 알고리즘이다. 이전에는 다 같이 모인 공간에서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해진 룰 위에서 자정작용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기술이 낙후되어 차단 기능 자체도 없었다. 좋든 싫든 글을 봐야 했고, 운영자가 제재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차단 기능이 없는 커뮤니티를 찾기 힘들다. 모두가 본인이 듣고 싶은 글만 보고 챔버 효과로 그들의 목소리는 강화된다. 많은 시간을 가진 사람이 기억과 기록을 본인의 의도에 맞게 조작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여긴다.

이러한 기술들은 체류 시간과 활성 지표를 향상시키고, 기업의 수익화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편리해짐으로써 유저들간의 기본적인 존중과 예의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인터넷 공간에서만 일어난 일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대중의 생각을 잠식한다. 이제는 카페에 올라온 누가 쓴 지도 모르는 글이 지상파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혐오하는 의견이 허구한날 올라오며, '좋아요'의 숫자로 이전같으면 그냥 헛소리로 치부될 의견마저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다들 스크린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은 것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실은 그래서 마땅한 답은 없고 이 문제는 인터넷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개인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이 문제가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게 할 수는 있다. 다시 온라인에서 탈출해 오프라인으로 회귀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편향된 사고를 가질 수 있어 차단 기능을 쓰는 것은 싫어하지만, 의견의 다름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이들은 차단한다.

AI가 중간 버퍼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 생각을 굳이 익명의 타인과 공유하며 상처를 받지 않아도, 대중의 생각을 필터링하여 나에게 알려주는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고 감정 소비도 덜하다.

오랫동안 인터넷 위에서 비즈니스를 해왔던 나로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젠 모니터 밖으로 시야를 돌려 새로운 기회를 찾을 때가 된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나마저 미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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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의 게임 개발 회고

오늘로 게임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 지 하루가 지났다. 코드는 삭제했고, 모든 결제금은 환불했다. 4개월 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본다.

첫 삽을 뜨며

1월 초, 8년 전 내가 만들었던 게임을 새롭게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목표 DAU는 100명 정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일단 오픈하는 것에 초점" - 당시 일기에 적었던 내 목표는 상당히 겸손했다. 한편으로는 용돈벌이를, 다른 한편으로는 내 삶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매미성을 보고 왔을 때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 사람이 20년간 지속해서 만든 그 성을 보며, 나도 그런 꾸준함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그것이 내게 게임 개발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예상 밖의 성공과 첫 번째 혼란

3월 1일, 게임을 오픈했을 때 나는 "한 20명 정도만 와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다.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기쁨과 함께 첫 번째 불안이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이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만족하는 사람들만 남기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일부 유저들이 내 게임이 과거 버전과 달라진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집요함의 양면성

돌이켜보면, 내 성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집요함'이다. 한번 시작한 일에 깊이 몰입하는 이 특성은 과거에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게임의 세세한 디테일을 챙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만든 대부분의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 특성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집요함이 양날의 검이 되었다. 유저들의 의견과 피드백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하려는 강박이 생겼다. "혹시나 게임이 내가 안보는 순간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휴가 중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정체성의 혼란

내가 겪은 가장 큰 혼란은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이 게임을 '취미'로 시작했다. 그런데 유저가 늘어나고, 책임감이 커지고, 수익화를 시작하면서 점점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것"과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 사이에서 나는 갈등했다. 한편으로는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다.

어떤 유저들은 "돈을 벌면 취미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들의 논리는 내가 돈을 받는 순간 이것은 더 이상 내 취미가 아니라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알지 못했다.

소통의 실패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유저들과의 소통이었다. 내가 건강상 이유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일부 유저들은 "대충 해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그들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당시 나는 그 말이 내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혼란스러웠다.

어떤 유저들은 "운영자 너는 게임 만들줄 모른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투로 나를 가스라이팅했다. 그들의 비판은 종종 게임의 특정 기능이나 시스템에 대한 건설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인신공격처럼 느껴졌다.

내가 과거에 게임을 종료했을 때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그때도 유저들의 비판과 요구에 지치고 무너졌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마지막 저항과 포기

나는 P2W(Pay to Win)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업데이트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결정에는 일종의 감정적 대응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액만 결제하거나 무료로 게임을 즐기면서도 많은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유저들에 대한 내적 불만이 쌓여있었다. '이 정도 투자로 이렇게 많은 것을 원한다면, 차라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자'라는 복잡한 심정이 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예상했던 대로 유저들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거셌다. 그 날의 피드백을 받으며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지속할 에너지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 자리에서 게임 종료를 결정했다. 모든 결제금을 환불하고, 코드를 완전히 삭제했다.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해방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치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내가 깨달은 것들

  1. 경계 설정의 중요성. 취미와 비즈니스 사이에는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다. 돈을 받는 순간 책임감은 커지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준비와 경계 설정이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2. 피드백 관리. 모든 피드백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건설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필터링 시스템이 필요했다. 특히 게임과 같은 살아있는 서비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3. 자기 관리. 어떤 성공도 건강을 희생할 만큼 가치 있지 않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겪는 일이라면 지속해서는 안 된다.
  4. 통제와 자율성의 균형. 나는 내 게임에 완벽한 통제권을 갖고 싶었다. 동시에 유저들의 요구에도 부응하고 싶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한 것이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5. 의미 있는 자율성의 추구. 결국 내가 원했던 것은 "의미 있는 자율성"이었다. 자율적으로 창작하면서도, 그것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아직 배워가는 중이다.

미래를 향해

지금 당장은 "앞으로 내 인생에서 다시 이 게임들을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창작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마도 다른 형태로, 더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내 한계와 강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집요함과 디테일에 대한 민감성은 양날의 검이지만, 올바른 환경과 경계 안에서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다. 게임 개발이든, 다른 어떤 활동이든, 그것이 내게 기쁨을 주고 지속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이 4개월의 여정을 감사함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나를 더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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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성장

회사를 정리하고 나서, 앞으로 다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연히 접한 Paul Graham의 'Ramen Profitable'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제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Graham은 이 글에서 큰 투자 후 큰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 스타트업의 통념과 달리, 창업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 다룹니다. 제가 만들었던 회사도 이렇게 시작했었고, 이후 큰 투자를 유치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로 돌아가 제가 왜 55억원의 투자 금액을 유치하였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그 당시 서비스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회사의 비즈니스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기세에 이어서 더 큰 규모의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경험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투자를 받게 되면 대외 인지도가 높아져 후속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고, 더 큰 자본을 조달할 때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큰 돈을 받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란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투자를 받게 되면 후속 자본 유치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더 큰 성장에 대한 압박도 받게 됩니다. 제가 운영했던 회사는 계속 흑자를 달성했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감을 상당히 느꼈습니다.

 

외형적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 더 많은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를 늘렸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사람에 대한 고민만 더 늘어났습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하며 조바심을 내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제 모습도 볼 수 있었고요.

명확한 방향을 정해놓지 않고 투자를 받아서였는지, 앞으로 회사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끝없는 고민이 있었지만, ‘주주가 기대한 만큼의’ 외형적 성장을 이뤄낼 마땅한 묘안을 찾기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지금 와서 다시 돌이켜 봅니다. 저에게 정말로 투자가 필요했을까요?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Series B Trap[1]에 갇혀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글의 내용처럼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지출을 하여 회사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자기 자신 또는 외부로부터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무리한 결정들이 회사의 본질을 해치고 어느 순간에는 결국 사업을 시작한 이유마저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투자를 받았을 때 투자사에게 10배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기업 가치를 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수 시장에서 이 정도의 규모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시리즈 A 기업 가치를 100억으로 봤을 때, 1000억의 기업 가치를 만들려면 PER 20 기준 연간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야 합니다.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에 이러한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겠다는 약속으로 투자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당시의 저는 이런 책임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투자 이후의 밝은 청사진에 눈이 멀어 있었죠.

 

물론 큰 이익에는 큰 책임과 리스크가 따릅니다. 창업가에게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자질이 있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선택이 됩니다. 지난 창업에서 느낀 건, 저 혼자서 시작했고 혼자서 운영을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굳이 외형을 늘릴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직원을 고용함으로써 생기는 인사 조직관리의 어려움은 물론, 사무실 비용 등 너무나 많은 불필요한 비용들이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제품 개발과 별개로 피드백과 성과 관리에도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이를 바로 잡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어쩌면 회사가 망할 때까지 고칠 수 없는 찌든 때가 되어 회사의 문화에 침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다 보면, 결국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건강을 해쳐가면서 이런 성장을 강요받고 있는 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죠. 당장 오늘 하루가 행복해야 하는 저에게 있어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회사가 유니콘을 목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이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더 큰 회사보다 혼자서 오랫동안 서비스한 회사들에 더 눈이 가고, 더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2].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은 철저한 비용 통제와 규율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저는 앞으로 급격한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받아들이고, 이런 방향이 저에게 더 잘 맞는 옷이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1] 시리즈 B 투자 유치 후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상. 이 글을 참고하세요.
[2] 이런 비즈니스를 Lifestyle business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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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복

우리 회사에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다 보면,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심복', 즉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1]

지난 10년간의 창업을 돌이켜 보면 우리 회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직원은 없었습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해서 운 좋게 회사를 수익을 낼 수 있는 궤도에 올렸지만, 절반의 시간은 제가 혼자서 이끌어왔습니다. 저 스스로가 나르시스트적인 성향이 있었고, 굳이 심복이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이에게 맡기느니 제가 직접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일해 왔었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더 큰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낀 저는 위임의 필요성을 깨닫고 직원 규모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폐업한 지금 그 당시를 되돌아보면, 저와 함께했던 이들 중에서 진정한 심복이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심복이라고 착각하고 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수년간 근속한 직원들의 충성심에 감사해하며 그들을 심복이라 여기고, 금 몇 돈을 선물해 주고 축하해 주기도 했습니다. 심복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회사가 성장을 멈추고 정체하면서부터 였습니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하자마자, 그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태업을 하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다양한 핑계를 들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더군요.

그제서야 저는 '심복'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옆에서 지켜보고, 회사의 어려운 순간에 좌충우돌을 함께 겪었던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개인의 이익을 넘어 회사의 이익을 조금이나마 더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회사의 DNA가 만들어 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울 때일수록 심복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며,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의 입장에서는 절망스럽고 안타까운, 때로는 인류애를 상실하는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난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동반자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설득이 안되는 일들을 되게끔 만들고, 회사의 분위기를 다잡아 주는 데 심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대부분의 직원은 대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대리인이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대표의 뜻을 잘 이해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은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며, 심복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에게 강력한 심복이 있었다면,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을 설득시키고 동기부여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 창업자에게는 내 뜻을 따라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혹자는 그들을 고인물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아는 이들이 회사에 남아있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심복의 입김이 너무 세진다면 팀 간 분쟁, 의견 충돌로 인한 갈등과 같은 부작용 또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심복이 부재함으로써 생기는 어려움들을 깨달았으니, 다음 창업 시에는 이를 보완해서 좀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누가 좋은 심복인가, 어떻게 찾아내고 키울 수 있을까는 저에게 놓여진 새로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1] 이 단어가 다소 권위적으로 들릴 수 있음에도 '동료'라는 표현 대신 선택한 이유는, 스타트업에서는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결정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권한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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