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한동안 개발해 왔던 웹 게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리고 이번 주, 게임제작업 허가증을 반납하기 위해 구청에 다녀왔다. 관련 문서를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등록부터 심의까지 겪었던 과정이 정리되어 있었고,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누군가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유한다.
1인 인디 웹 게임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서 실제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심의까지 받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본인이 진행했던 당시 기준으로,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진행 전 반드시 최신 정보를 다시 확인하길 권한다.
1단계: 사업자등록 및 비상주사무실 등록
개인사업자 등록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업자 주소다. 실제 업무 공간이 아니라 주소지만 임대하는 비상주사무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다. 1년 단위로 임대하고 우편 수신 및 한정된 시간의 회의실 사용을 제공해주는 곳을 골랐다.
사무실을 선택할 때 한 가지 더 체크할 점은 과밀억제권역 여부다.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서 창업하는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가 감면되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 거주지와 주소지가 지나치게 다를 경우 세무조사 등의 리스크가 있어,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기로 했다. 대략 1년에 2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사무실을 구할 수 있다.
비상주사무실 계약 후에는 사업자 등록을 하면 된다. 게임 개발의 경우 간이과세자가 불가능하므로 일반과세자로 등록하여야 한다. 청년창업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는지 함께 검토해 보면 좋다. 참고1 참고2 참고3
사업자등록은 홈택스로 진행할 수 있고, 사업자 등록 시 업종은 아래와 같이 추가하였다.
- 주업종: 722001 - 온라인게임소프트웨어개발및공급업
- 부업종: 525101 - 전자상거래소매업, 722005 -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
창업기업 확인시스템에 등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공공 조달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굳이 등록할 필요는 없다. 참고1 참고2
또한, 다양한 창업지원사업이 진행중이므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요건을 잘 맞추면 사업 초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단계: 사업자 명의 통장 개설
개인사업자는 카카오뱅크에서 간단히 개설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용 체크카드까지 함께 발급해 두면 추후 비용 처리할 때 편리하다. 참고
3단계: 통신판매업, 게임제작업 신고
온라인 결제를 받기 위해 구청에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 구매안전서비스 비적용 대상 확인서를 발급받아 신고 시 같이 제출한다. 디지털 상품은 에스크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제작업 역시 구청에서 접수한다. 게임 제작업을 등록하지 않고 게임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도 많다는 카더라가 있다. 그러나 게임 심의를 받기 위해서 게임 제작업 등록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려면 게임 제작업 등록은 사실상 필수이다. 비상주사무실을 등록할 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얻을 수 있고, 제작시설 및 장비 명세서는 적당히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작성하면 된다.
참고1 참고2게임제작업과 통신판매업은 매년 1월에 등록면허세가 발생한다. 비용은 서울 기준 약 4만원 정도. 통신판매업의 경우 거래횟수가 연간 50회 미만이거나 간이과세자면 면제를 받을 수 있다. 4분기에 제작업을 등록하면 그 다음해에 또 면허세를 내야하니 불리하다.
4단계: 게임 심의받기
게임 심의를 할 수 있는 기관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와 게임물관리위원회(GRAC)가 있다. 원래는 GRAC에서 모든 심의를 담당하다가, 2014년에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및 아케이드 게임은 GRAC에서, 그 외의 게임물은 GCRB로 민간 이양되었다. 그래서 GCRB에 신청을 하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의 경우 50% 심의비용을 감면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이 서류를 심의 신청하기 전에 먼저 홈페이지에서 제출하고 승인을 받는다. 심의를 신청하고 감면 서류를 제출하면 적용이 안 되니 주의. 참고로 홈페이지는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이 필요하므로,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는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식탁보를 사용하여 가상 환경에서 심의를 신청하였다.
웹게임의 경우 오픈마켓이냐, 아니면 PC 온라인게임이냐에 따라 심의비가 대략 10배 차이가 난다. 처음 GCRB에서는 원론적으로 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PC 온라인게임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이 경우 PC 온라인게임, 네트워크, 1군, 한글 기준 50% 감면받아 심의비용은 118만원.
게임 용량은 클라이언트 빌드 용량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next build로 만들어진 빌드를 압축하여 해당 용량으로 계산하였다.
필요한 서류는 아래와 같다.
- 이용가능계정 준비: 초보자 / 중급자 / 상급자 기준에 따라 더미 캐릭터를 만들고, 해당 캐릭터의 접속에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입한다. 해당 계정으로 담당자가 로그인을 상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후심의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심의가 끝나도 계정은 남아있어야 한다.
- 게임물내용설명서: 게임의 주요 줄거리(시나리오) 요약, 주요 캐릭터, 주요 아이템 등에 대한 설명(아이템 리스트 및 아이템 조합시스템 포함), 게임조작방법, 전투장면 등 주요 게임진행장면의 설명 및 스크린샷, 대사집(스크립트 파일), 단축키(Hotkey), 점수획득방법에 관한 내용 등이 상세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이 내용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고 하나, 사실상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해서만 공개되는걸로 보인다. 또한 비공게 게임물 내용설명서를 통해서 민감한 사항은 별도로 전달할 수도 있다.
- 실행 가능한 게임물: 관련 프로그램 빌드 파일을 첨부하면 되는데, 웹게임이라 그냥 빌드 압축해서 넣었다. 실제 접속은 웹으로 하였다.
- 게임물의 주요 진행과정을 촬영한 동영상: 30분 내외의 분량으로 게임의 주요 내용을 스크린 캡쳐하여 보냈다. 특히 폭력적 표현, 이용자간 대결 등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야 한다. 포함하지 않으면 보완요청이 온다.
- 게임물제작업등록증 또는 게임물배급업등록증
- 심의 수수료 무통장 입금증 사본: 신용카드로도 결제 가능하다.
- 초상권 및 라이선스 관련 서류
작성은 초안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니 틈틈히 저장해두면 좋다.
5단계: 게임 심의 보완요청 대응
여튼 처음에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GCRB를 통해서 심의를 넣었는데, 담당자로부터 사전 연락을 받았다. 게임 내 거래소 시스템을 문제 삼고 넘어진 것이다. 유료 재화로 이용할 수 있는 거래소는 청소년이용불가 요소에 해당되니 GCRB가 아닌 GRAC에 심의를 받는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프로세스를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아마도 심의가 거부될 것이고 그러면 심의 비용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담당자는 우리 게임 내의 시스템이 리니지M 같이 다이아로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게임의 기획은 게임 내 획득할 수 있는 골드를 이용하여 사용자들이 유료로 결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조금이라도 거래 시스템에 유료 재화가 연관될 가능성이 있으니 청불이 맞다는 논리다. 우리 게임은 유료 재화가 아닌 유료 아이템의 거래였고, 이게 유료 재화(다이아)와 같은 것인지? 상당히 융퉁성이 없다고 느꼈다.
다만 실제 심의에 들어가기 전에는 심의비용을 100% 환불받을 수 있어서, 이 점을 미리 알려주신 것은 고마웠다. GCRB의 심의를 취소한 다음 다시 GRAC에 심의를 넣었고, 거래소 시스템이 없으면 간소화 제도를 통하여 자체심의도 가능했지만 결국 일반 심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심의 비용이 너무 비싼것 같아서, GRAC에서 심의할 때는 웹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점을 어필하였다. 결국 오픈마켓(기타)로 심의를 진행하였고, PC게임 대비 약 10% 정도의 가격에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 심의 제도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게임사에서 심의요청 서류와 함께 영상을 제출하면, 매주(또는 격주)마다 게임심의위원회가 열리고, 높으신 분들 여럿이 앉아 그동안 들어온 신청 내역을 쭉 돌려보면서 다과와 함께 2시간 정도 심의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 분들의 심의 포맷은 사실상 정형화되어 있고(연구원이 게임 개요 설명→등급에 영향가는 요소 확인→등급 논의→등급결정), 여기에 최대한 짜맞추기 위해 담당 심사관과 게임사가 실무적으로 소통하게 되는데, 심의 과정에서 최대한 ‘기존 심의가 이루어진 레퍼런스’에 우리 게임의 시스템을 최대한 어거지로 가져다 맞추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그들에게 있어 웹게임은 10년 전 한창 유행하였던 중국 등지에서 개발된 방치형 게임들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다이아, 보화 등의 재화를 이용하는 뭐 그런 수준이었다. 웹게임의 기획과 컨셉이 그런 게임들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심의를 최대한 앞당겨서 편하게 받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들과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심의 요청을 넣고, 보완요청을 받아 대응하고 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지지부진하였고, 언제 통과가 될 지 모르는 연옥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라 최대한 빠르게 여기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특히 웹게임의 경우 NFT 등의 사태로 꽤 홍역을 치룬 모양이었다. 그래서 ‘환금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보완요청으로 나를 괴롭혔는데, 만약 이 게임에서 그런 요소가 생기면 내가 민형사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는 일종의 각서(?)까지 작성하고 나서야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청소년이용불가로 판정을 받았다.
6단계: 결제대행 및 본인인증 서비스 신청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결제를 받기 위해서 결제대행 서비스가 필요하고, 또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이 되면 본인인증도 받아야 한다. 우선 본인인증의 경우 대부분 다날 휴대폰 인증을 도입하는데, 비용이 제법 든다. 토스에서도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인의 경우 포트원을 이용하여 결제대행 서비스를 도입하였고, 사용료는 처음에 선납으로 일부 입금 후, 결제 건당 차감되는 방식으로, 선납한 비용을 모두 소진하게 되면 다시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결제대행은 페이플을 사용하였다. 김대표님과 이전부터 오랜 기간동안 거래하였고, 다소 투박한 감이 있지만 같은 스타트업으로서 굉장히 초기 기업의 편의를 많이 봐주시고 이해해주시는 곳이다. 페이플을 이용하여 단건 결제 뿐 아니라 정기결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결제대행을 받기 위해서는 하단에 사업자 정보 표시, 결제 플로우에 대한 설명 자료가 필요하고, 데모로 담당자가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특정 아이디에만 결제 UI를 띄우는 방식으로 사전 심사에 대응할 수 있다.
7단계: 게임물 수정신고
원칙적으로 게임을 패치할때마다 GRAC에 수정신고를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이 바뀌었는지, 변경된 내용 중 다시 재심의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물론 수정신고 전에 담당자와 실무 통화를 통해 이러한 내용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를 상담받을수도 있다. 어쨌거나 빠른 패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수정신고는 1인 개발자에게는 꽤 부담이었다. 사전에 게임물 수정신고를 받고, 문제가 없으면 패치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사후 신고도 릴리즈 후 24시간 이내에는 가능하다고 한다.
마치며
1인 개발자가 게임 서비스를 정식으로 런칭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게임 심의 과정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으니, 이 점을 감안하여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청불/아케이드가 아닌 게임을 만들어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와 같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심의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다.
이 글이 같은 길을 걷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